[석첨] 질문. ‘폐기하고 다시 닦으면 이익됨이 있을 것이나, 폐기하고 다시 닦지 않는다면 무슨 이익됨이 있겠는가.’
 대답. ‘스스로 닦던 것을 폐기하여 이익을 얻음이 있으니, 스스로 *꾸짖어 폐기하면 더한 가르침을 듣고 비록 닦지 않는다 해도 소승의 *비열(卑劣)함을 부끄러워함이 있어서, 그 *취증(取證)을 깨는 마음이 있게 되니, 또한 이익이 있음이요, 또 그 *단결(斷結)에 *한정될 경우에는 일컬어 이익이 없다 해야 할 것이로되, *회심(廻心)하여 대승에 든다면 곧 이익을 얻음이 될 것이다…….’

問. 廢更修可有益, 廢不更修有何益. 答. 自有廢修得益. 自有訶廢, 聞雖不修, 而有恥小卑劣, 折其取證之心, 亦是有益. 又齊其斷結, 謂言無益. 廻心入大, 卽是得益云云.

15090꾸짖어 폐기함. 원문은 ‘訶廢’. 그 잘못을 알아 스스로 가책해 폐기하는 일.
15091비열. 열등한 것.
15092취증. 깨달음을 실현함. 깨닫는 것.
15093단결. 번뇌(結)를 끊는 뜻.
15094한정함. 원문은 ‘齊’.
15095회심. 11186의 주.

 [석첨] 여덟째로 *추위(麤位)를 열어 묘위(妙位)를 드러냄에 대해 살피건대, 만약 *삼승(三乘)을 깨고 일승(一乘)을 드러낸다면 *상대(相待)의 뜻이 앞의 것과 같아지는 것이다.

八開麤位顯妙位者. 若破三顯一, 相待之意, 可得如前.


15096추위를 열어 묘위를 드러냄. 원문은 ‘開麤位顯妙位’. ‘추’는 방편이요 ‘묘’는 진실이니, 방편의 열등한 위계도 그 속에 깃든 깊은 뜻을 알 때에는 그대로 진실의 위계로 지양됨을 밝히는 일. 방편의 위계가 그대로 진실의 위계인 것.
15097삼승을 깨고 일승을 드러냄. 원문은 ‘破三顯一’. 三승은 열등하다 하여 물리치고, 一승은 진실하다 하여 세우는 일.
15098상대의 뜻. 원문은 ‘相待之意’. 방편인 三승과 진실인 一승을 대립적으로 파악하는 취지.

 [석첨] *대장(大章) 제八에서 개권(開權)을 밝힌 것에 대해 살피건대, *앞의 모든 흥폐(興廢)는 다 법화경 이전의 가르침에 대한 것이었다. 그래서 이미 *일실(一實)에 대립시키는 것에 의해 *세 방편의 가르침을 밝혔으니, 곧 법화경에 대립시켜 그것으로 판별함을 마친 바 있다. 그러므로 바로 개권을 밝혔으니, 그러기에 ‘앞의 것과 같아진다’고 말한 것이다.

大章第八明開者. 前諸興廢, 竝約前敎. 旣對一實以明三權, 卽對法華以爲判竟. 是故直明於開. 故云可得如前.

15099대장 제八. 원문은 ‘大章第八’ 원교의 위계를 밝힘에 있어 십의(十意)를 나누는 중, 제八에 해당하는 ‘개추현묘’.
15100앞의 모든 흥폐. 원문은 ‘前諸興廢’. 대장 제七인 위폐(位廢).
15101일실. 일승의 진실. 곧 일승을 일컫는 말.
15102세 방편의 가르침. 원문은 ‘三權’. 삼장교․통교․원교.

 [석첨] 다음으로 ‘卽三’ 아래서는 *금경(今經)의 뜻을 드러냈다. 이 중에 셋이 있으니, 먼저 개권(開權)의 뜻을 서술하고, 둘째로 ‘開生死’ 아래서는 바로 개권을 밝히고, 셋째로 ‘若決’ 아래서는 *개권된 것과 본묘(本妙)를 가지고 비결(比決)했다.

次卽三下, 顯今經意. 干中三. 先述開意. 次開生死下, 正明開. 三若決下, 將所開與本妙比決.

15103금경. 법화경.
15104개권된 것과 본묘를 가지고 비결함. 원문은 ‘將所開與本妙比決’. 방편의 가르침 속에 있다가 개권된 사람과, 본래부터 원교의 초심(初心)에 있는 사람을 비교해, 그 우열을 가리는 일.

 [석첨] 삼승(三乘) 그대로가 일승(一乘)이라 함은 *절대(絶待)의 뜻이니, *도리가 그렇지 않다. 왜 그런가. 옛날의 방편은 진실을 간직함이 *연꽃의 연밥을 머그뭄과 같았던 데 비해, *방편을 열어 진실을 드러냄은 연꽃이 벌어져 연밥이 나타남과 같기 때문이다. 이 연꽃을 떠나고 나서 따로 다시 연밥이 없듯, 이 추(麤)를 떠나고 나서 따로 다시 묘(妙)는 없는 것이니, 어찌 추를 깨어 묘로 감을 필요로 하랴. 다만 방편의 위계를 열면 곧 승묘(勝妙)한 위계를 드러냄이 되는 것이다.

卽三是一, 絶待之意, 義則不爾. 何者. 昔權蘊實, 與華含蓮. 開權顯實, 與華開蓮現. 離此華已, 無別更蓮. 已此麤已, 無別更妙. 何須破麤往妙. 但開權位, 卽現妙位也.

15105절대의 뜻임. 원문은 ‘絶待之意’. 이전의 위계가 방편의 가르침에 속하는 데 비해 법화경에 설해진 원교의 위계는 진실의 그것이라는 상대판(相待判)과는 달리, 법화경에서 볼 때는 방편이 곧 진실이요 진실이 곧 방편이어서, 어떤 대립도 없다고 파악하는 절대판(絶待判)이다.
15106도리가 그렇지 않음. 원문은 ‘義則不爾’. 상대판의 그것과는 다르다는 뜻.
15107연꽃의 연밥을 머그뭄과 같음. 원문은 ‘與華含蓮’. 꽃봉오리가 그 안에 연밥을 간직하고 있는 것 같다 함이니, 옛날에는 진실을 위한 방편이면서도 진실이 방편에 가려 드러나지 않았다는 것. 華는 꽃(연꽃)을 말하고, 蓮은 연의 열매(연밥)의 뜻이다.
15108방편을 열어 진실을 드러냄. 원문은 ‘開權顯實’. 251의 주.

 [석첨] 처음의 글 중에서 폐기를 말하지 않은 까닭은 폐기의 도리와 개권의 도리가 *대체로 동일하기 때문이니, *이미 앞에서와 마하지관의 기술 중에서 분간해 마친 바와 같다. *또 두렵건대는 사람들이 상대적 해석 중에서 설해진 뜻을 깨닫지 못하고 곧 ‘추’의 그 밖에 따로 ‘묘’가 있는 듯 여길지 모르니, 그러므로 도리에 의거해 다시 개권을 밝혀야 했던 것이다. *또 상대(相待)를 논하지 않는다면 절대(絶待)를 논할 수 없으니, *만약 상대를 밝히고 나면 *곧 상대되는 것을 가리킴에 이것이 곧 상대적인 것을 끊음이 되니, 상대적인 것을 끊는 작용 또한 끊어짐을 바야흐로 절대라 하는 것이다. *자세한 것은 앞에서 설한 바와 같다.

初文中, 所以不言廢者. 以廢義與開義大同, 已如前與止觀記中簡竟. 又恐人不曉相待中意, 便謂麤外別有於妙. 是故據理, 復須明開. 又若不論待, 無以明絶. 若明待已, 卽指所待, 是卽能絶. 能絶亦絶, 方名爲絶. 具如前說.

15109대체로 동일함. 원문은 ‘大同’. 대동소이(大同小異)의 뜻. 폐(廢)는 용(用)에 관련되고 개(開)는 체(体)에 관련되는 점에서 약간 다르기는 해도, 함께 권실(權實)의 다르지 않음을 드러내므로 대체로 동일하다 한 것이다.
15110이미 앞에서와 마하지관의 기술 중에서 분간해 마친 바와 같음. 원문은 ‘已如前與止觀記中簡竟’. 앞이라 함은 권일(卷一)의 상(上)의 연화(蓮華)의 비유를 다룬 부분에서 개권(開權)과 폐권(廢權)을 논한 것을 이르고, 마하지관이라 함은 권삼(權三)의 四의 기술을 가리킨다.
15111또 두렵건대는 사람들이 상대적 해석 중에서 설해진 뜻을 깨닫지 못하고. 원문은 ‘又恐人不曉相待中意’. 법화 이전의 가르침을 방편이라 하여 ‘추’로 돌리고, 법화경을 진실이라 하여 ‘묘’라 함이 상대묘(相待妙)다. 그러나 이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방편과 진실이 하나인 절대묘(絶待妙)에 이를 수 없기에 설정한 것일 뿐이므로, 그 상대묘 속에는 이미 절대묘의 취지가 함축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15112또 상대를 논하지 않는다면 절대를 논할 수 없음. 원문은 ‘又若不論待, 無以明絶’. 상대묘가 있기에 절대묘가 있을 것이라는 뜻. 수행하는 처지에서는 상대묘를 거쳐 절대묘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
15113만약 상대를 밝히고 나면. 원문은 ‘若明待已’. 만약 상대묘가 어떤 것인지 그 진상을 알고 나면 상대(대립)되던 것이 없어지고, 그를 따라 상대를 논하던 주관 측의 작용도 없어진다는 것.
15114곧 상대되는 것을 가리킴에 이것이 곧 상대적인 것을 끊음. 원문은 ‘卽指所待, 是卽能絶’. 소(所)는 객체니, 소대(所待)란 추와 묘의 대립을 빚던 것. 능(能)은 주체니, 능절(能絶)이란 상대(대립)의 것을 끊어 절대로 만드는 주관 측의 작용. 이리하여 상대가 곧 절대임이 된다는 뜻.
15115자세한 것은 앞에서 설한 바와 같음. 원문은 ‘具如前說’. 권이(卷二)의 상에서 절대묘를 논한 것을 가리킨다.

 [석첨] 다음에 바로 개현(開顯)하는 중에 둘이 있으니, 처음에서는 일반적으로 *초심(初心)을 개현하고, 둘째로는 개별적으로 모든 위계를 개현했다.
 처음의 것에 또 둘이 있으니, 먼저 일반적으로 개현하는 뜻을 들고, 둘째로는 원교의 여러 위계를 거치면서 묘(妙)에 들어감이 동일하지 않음을 보였다.
 처음의 글에 또 둘이 있으니, 처음이 서로 범부의 *발심(發心)하지 않은 마음을 개현하고, 둘째 부분에서는 여러 가르침의 *박지(薄地)의 초심을 개현했다.

次正開中二. 初通開初心, 次別開諸位. 初又二. 先通擧開義. 次歷圓敎諸位, 入妙不同. 初又二. 初開凡夫未發之心. 次開諸敎薄地初心.

15116초심. 3064의 주.
15117발심하지 않은 마음. 원문은 ‘未發之心’. 보리심을 일으키기 이전의 마음.
15118박지. 4661의 주.

 [석첨] 생사의 *추(麤)한 마음을 개현한다 함은, *범부에게는 반복(反覆)하는 성질이 있기에 보리심(菩提心)을 일으키기 쉬움을 밝힘이니, 생사즉열반(生死卽涅槃)이므로 *무이무별(無二無別)하여 추 바로 그것이 묘인 것이다.

開生死麤心者. 明凡夫有反覆, 易發菩提心. 生死卽涅槃, 無二無別, 卽麤是妙也.

15119추한 마음. 원문은 ‘麤心’. 분별․번뇌․생사 따위에 매어 있는 마음. 절대적인 것을 ‘묘’라 하는 데 대해, 그렇지 못한 것은 다 ‘추’다.
15120범부에게는 반복하는 성질이 있음. 원문은 ‘凡夫有反覆’. 반복이란 일정치 못하고 이랬다저랬다 하는 마음. 범부는 이런 마음을 지녔기에 도리어 보리심을 일으키기 쉽다는 뜻. 이는 소승의 성자의 마음이 고착돼버려 발심하기 어려운 것과 대조를 이루는 사실이다. 15121무이무별. 대립도 없고 차별도 없는 것.

 [석첨] 처음의 글은, 범부의 마음에 반드시 보리심을 일으킴이 있는 것은 *이체(理體)가 묘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初文者. 凡夫之心, 必有於發, 理體妙故.

15122이체. 만유(萬有)의 본체(本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