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첨] 열반경 제二七 권에서 이르되,
 ‘비유컨대 사람이 있어 독을 우유 속에 놓으면 능히 사람을 죽이며, 내지는 제호도 능히 사람을 죽임과 같다.’
고 하셨다.

第二十七卷云. 譬如有人, 置毒乳中, 則能殺人. 乃至醍醐, 亦能殺人.

 [석첨] 다음에서는 해석했다. 해석 중에 둘이 있으니, 먼저 표방했다.

次釋. 釋中二. 先標.

 [석첨] 이 비유에는 두 작용이 있다.

此譬兩用.

 [석첨] 다음으로 ‘一通’ 아래서 해석한 중에 두 뜻이 있다. 먼저 두 뜻을 들었다.

次一通下, 釋中兩意. 先擧兩意.

 [석첨] 첫째로는 *공통적으로 점돈교(漸頓敎)에 입각해 부정교(不定敎)를 밝힘이니, 곳곳에서 다 불성을 볼 수 있다. 둘째는 *행(行)의 부정(不定)에 입각한 경우다.

一通約漸頓明不定敎, 處處皆得見佛性也. 二約行不定.

15277공통적으로 점돈교에 입각해 부정교를 밝힘. 원문은 ‘通約漸頓明不定敎’. 점교와 돈교는 정상적 교화 방법인 점에서 전사시(前四時)가 다 여기에 포함되는 바, 그런 가르침을 받으면서 원교의 이해에 차등이 있으므로 부정교임이 된다.
15278행의 부정에 입각한 경우임. 원문은 ‘約行不定’. 사람에 따라 원교에 나아가는 행에 차등이 생기는 일.

 [석첨] 다음으로 해석 중에서는 교행(敎行)의 두 뜻을 *서로 닦아야 하는 취지에서 해석했으니, 돈교․점교를 거치므로 *도리가 교(敎)와 같아지고, 하나하나의 가르침 중에서 행(行)의 얕고 깊음을 따라 독(毒)을 발함이 일정치 않으므로 행(行)에 입각한다 이른 것이니, 깊이 이 뜻을 이해한다면 더불어 이 교행의 현밀(顯密)의 일정하지 않은 모습을 논할 만하다. *일과(一科)의 글이라 겸해 포함하여 뜻이 넓은 것이니, 과거에 비록 들었다 해도 만약 *깊은 도리를 탐구하지 않는다면, 당시에 위계에 들어 듣는 것의 원근(遠近)․다소(多少)․*생숙(生熟)․행(行)의 천심(淺深)을 따르게 되리니, 그러므로 금생(今生)의 거듭 들음에 의지해야만 비로소 발(發)하게 되는 것이다.
 이 중에서는 먼저 공통적으로 두 뜻을 해석했다.

次釋中敎行兩意, 相修而釋. 歷頓漸敎, 故義之如敎. 一一敎中, 隨行淺深, 毒發不定, 故名約行. 深得此意, 可與論斯敎行顯密不定之相. 一科之文, 兼含意廣. 明過去雖聞, 若不探深理, 當時入位, 隨聞遠近, 多少生熟行之淺深, 故藉今生重聞方發. 於中先通釋兩意.

15279서로 닦아야 하는 뜻에서 해석함. 원문은 ‘相修而釋’. 교(敎)와 행(行)이 불가분의 관계에 있어서, 교에는 행이 포함되고 행에는 교가 포함되어 있다는 취지에서 해석하는 일. 15280도리가 교와 같아짐. 원문은 ‘義之如敎’. 원교의 지혜가 생겨남은 대통결연(大通結緣)의 씨가 자라나 개화하는 탓이므로 화의(化儀)와는 관련이 없으나, 거쳐온 가르침을 따라 원교의 지혜에 차등이 생기므로 화의와 비슷한 양상을 빚게 된다는 것.
15281일과의 글. 원문은 ‘一科之文’. 단락[分科]의 글.
15282깊은 도리를 탐구함. 원문은 ‘探深理’.
15283생숙. 이해의 미성숙과 성숙.

 [석첨] *행인(行人)의 심행(心行)은 이를 비유컨대 *우유와 같다. 한편으로 실상지(實相智)는 이를 비유함에 독으로써 하니, 독에는 목숨을 잃게 하는 기능이 있고, 이 지(智)에는 무명을 깨는 힘이 있다. 그러기에 구원겁(久遠劫) 이래 실상의 독을 설하사 범부의 마음인 우유에 놓으실 때, 독의 지혜가 일어남에 일정함이 있다고 할 일은 못된다. 그리하여 *어떤 사람은 초미(初味)에서 일으키고 어떤 사람은 *후미(後味)에서 일으키리니, *순서를 따라 판정할 수는 없게 되니, 그러므로
 ‘독을 우유 속이나 내지는 제호에 놓으매, 오미(五味) 중에 널리 다 죽이는 뜻이 있다.’
고 말하는 것이다.

行人心行, 譬之如乳. 實相智, 譬之以毒. 毒有殞命之能, 此智有破無明之力. 久遠劫來, 說實相毒, 置於凡夫心乳. 毒慧開發, 不可爲定. 或於初味發, 或於後味發, 不得次第往判. 故言置毒乳中, 乃至醍醐, 徧五味中, 悉有殺義.

15284행인의 심행. 원문은 ‘行人心行’. 수행자의 마음의 작용, 마음의 생태.
15285우유와 같음. 원문은 ‘如乳’. 유미(乳味)같다는 것. 범부의 마음은 번뇌에 오염돼 있으므로, 방금 짜아낸 우유 같아서 그대로는 진리를 받아들일 수 없다 한 것.
15286어떤 사람은 초미에서 일으킴. 원문은 ‘或於初味發’. 어떤 사람은 초미(화엄시)에서 독(원교의 지혜)을 일으킨다는 것.
15287후미. 숙소미(반야시). 그러므로 중간의 낙미(녹원시)와 생소미(방등시)는 생략한 것이다.
15288순서를 따라 판정할 일은 아님. 원문은 ‘不得次第往判’. 순서대로 사시(四時)를 거치고야 원교에 드는 것은 아니라는 뜻.

 [석첨] 다음으로 ‘若衆生’ 아래서는 바로 독이 일어나는 상(相)을 밝혔다. 이것에 또 둘이 있으니, 처음에서는 바로 독이 일어나는 상을 밝히고, 둘째로 ‘若有行人’. 아래서는 이묘(二妙)를 판별했다.

次若衆生下, 正明發相. 又二. 初正明發相. 次若有行人下, 判二妙.

 [석첨] 만약 중생이 처음 범부의 경지에서 화엄경을 듣게 되어 곧 진리를 보아 불혜(佛慧)에 들어간다면, 이는 *혈유(血乳)가 사람을 죽임이다. 만약 먼저 십주(十住)를 얻은 사람이 이제 화엄시에서 깨달음을 얻는다면, 곧 낙미(酪味) 중에서 사람을 죽임이요, 십행(十行)에서 깨닫는 자는 생소미(生蘇味)에서 사람을 죽임이요, 십회향(十廻向)에서 깨닫는 자는 숙소미(熟蘇味)에서 사람을 죽임이요, *제지(諸地)에서 깨달음은 제호미(醍醐味) 중에서 사람을 죽임이다. 만약 과거세에서 먼저 원교의 *가명상사(假名相似)의 위계였다면, 이제 화엄경을 듣고 깨달음은 또한 유미(乳味) 중에서 사람을 죽임이요, 또한 낙미․생소미․숙소미 중에서 사람을 죽임이다. 만약 먼저 *제주(諸住)*제행(諸行) 따위 위계였다가 이제 다시 화엄경을 들어 *증도손생(增道損生)을 얻는다면, 곧 제호미 중에서 사람을 죽임이다…….
 만약 삼장교 중의 범부와 *방편위(方便位)와 보살위를 거치면서 삼장교를 들어, 그 중에서 곧 은밀히 중도(中道)를 본다면, 곧 유미 중에서 사람을 죽임이다. 만약 *사과(四果)의 위계에서 은밀히 중도를 본다면, 곧 낙미 중에서 사람을 죽임이다. *현로(顯露)의 가르침 중에는 이 일이 없다.
 만약 통교 중의 범부와 *삼승(三乘)의 방편위에서, 만약 통교를 들어 은밀히 불성을 본다면, 곧 유미 중에서 사람을 죽임이다. 만약 *입위(入位)한 자가 *비밀히 간다면, 곧 낙미 중에서 사람을 죽임이다. 만약 보살이 *도종지(道種智) 중에서 간다면, 곧 생소미에서 사람을 죽임이요, *구지(九地) 중에서 감은 곧 숙소미에서 사람을 죽임이요, *십지(十地) 중에서 감은 곧 제호미 중에서 사람을 죽임이다. 통교의 성문(聲聞)은 다만 비밀 중에서 사람을 죽임이 있을 뿐, *현로부정(顯露不定)의 살인은 없다.
 만약 별교 중을 거친다면, 십신(十信)의 *문교(聞敎)에서 감은 곧 유미 중에서 사람을 죽임이요, *삼십심(三十心) 중에서 감은 곧 낙미에서 사람을 죽이며, 생소미․숙소미 따위에서 사람을 죽임이요, *등지(登地)에서 감은 곧 제호미에서 사람을 죽임이다.
 만약 원교 중에서 *발심(發心)의 처음에 경을 들어 무명을 깨고 불성을 본다면, 유미 중에서 사람을 죽임이요, *육근청정위(六根淸淨位)에서 감은 *낙미․생소미․숙소미 따위에서 사람을 죽임이다. 만약 *초주(初住)에서 감은 제호미에서 사람을 죽임이다.

若衆生始於凡地, 得聞華嚴, 卽便見理入佛慧者, 此是血乳殺人. 若先得十住, 今華嚴得悟, 卽時酪中殺人. 十行悟者, 時生蘇殺人. 十廻向悟者, 熟蘇殺人. 諸地更悟, 是醍醐中殺人. 若過去, 先是圓敎中假名相似之位, 今聞華嚴得悟者, 亦是乳中殺人, 亦是酪生熟等蘇中殺人. 若先是諸住諸行等位, 今更聞華嚴, 得增道損生, 卽是醍醐中殺人云云. 若歷三藏敎中凡夫, 反方便位, 反菩薩位. 聞三藏敎, 於中卽能密見中道, 卽是乳中殺人. 若四果位, 密見中道, 卽是酪中殺人. 顯露敎中, 無此事也. 若通敎中凡夫, 及三乘方便位. 若聞通敎, 密見佛性, 卽是乳中殺人. 若入位者, 秘密而去, 卽是酪中殺人. 若菩薩道種智中去, 卽是生蘇殺人. 九地中去, 卽是熟蘇殺人. 十地中去, 卽是醍醐中殺人. 通敎聲聞, 但有秘密中殺人, 無顯露不定殺也. 若歷別敎中, 十信聞敎去, 卽是乳中殺人. 三十心中去, 卽是酪殺人, 生蘇熟蘇等殺人. 登地去, 卽是醍醐殺人也. 若圓敎中, 發始聞經, 卽破無明見佛性, 是乳中殺人. 六根淸淨去, 是酪生熟等殺人. 若初住去, 是醍醐殺人.

15289혈유. 피가 섞인 젖. 번뇌가 섞여 있는 비유.
15290제지. 십지(十地)의 모든 위계.
15291가명상사의 위계. 원문은 ‘假名相似之位’. 상사즉(相似卽)이니, 원교의 십신(十信)이다. 2346의 ‘六卽’의 주 참조.
15292제주. 십주(十住)의 모든 위계.
15293제행. 십행(十行)의 모든 위계.
15294증도손생. 366의 주.
15295방편위. 삼현(三賢)과 사선근(四善根)을 방편위라 한다.
15296사과. 1974의 주.
15297현로의 가르침. 원문은 ‘顯露敎’. 1444의 주.
15298삼승의 방편위. 원문은 ‘三乘方便位’. 외범(外凡)․내범(內凡)이 방편위이므로, 구체적으로는 삼승공십지(三乘共十地) 중 간혜지(幹慧地)․성지(性地)․팔인지(八人地)가 통교의 방편위다.
15299입위. 진리에 들어가는 위계. 곧 견지(見地)가 그것이다.
15300비밀히 감. 원문은 ‘秘密而去’. 비밀한 가운데 원교를 깨닫는 일.
15301도종지 중에서 감. 원문은 ‘道種智中去’. 도종지는 현실의 차별에 자재히 대처하는 지혜. 곧 중생을 구제하는 지혜. 그러므로 삼승공십지의 보살지 중에서 원교에 들어감을 이른다.
15302구지 중에서 감. 원문은 ‘九地中去’. 九지가 보살지인데, 앞의 ‘보살의 도종지 중에서 감’과 중복된 듯한 인상을 준다. 아마도 도종지가 생기는 단계와, 그 지혜로 중생을 제도하는 단계를 구별한 것이 아닌가 한다.
15303십지 중에서 감. 원문은 ‘十地中去’. 통교의 십지는 불지(佛地)인데 어떻게 독이 발해 사람을 죽이느냐는 의문이 있을 수 있다 여겨지므로 이런 말을 한 것이니, 별교에서 묘각에 앞서 등각을 세운 것과 같다.
15304현로부정. 1533의 ‘顯露不定敎’의 주 참조.
15305문교. 십신은 가르침을 들어 신심을 일으킨 단계일 뿐, 수행이 이루어진 위계는 아니다.
15306삼십심. 십주․십행․십회향.
15307등지. 초지(初地)의 뜻.
15308발심의 처음에 경을 들어. 원문은 ‘發始聞經’. 명자즉(名字卽)의 위계다.
15309육근청정위. 십신(十信)의 위계다.
15310낙미․생소미․숙소미 따위에서 사람을 죽임임. 원문은 ‘是酪生熟等殺人’. 낙미는 초신(初信)에서 견혹을 끊음이요, 생소미는 칠신(七信)에서 사혹을 끊음이요, 숙소미는 팔신(八信) 이상에서 진사혹을 끊는 일이다.
15311초주에서 감. 원문은 ‘初住去’. 초주에서 무명혹을 끊어 중도에 들어가는 일.

 [석첨] 처음의 글에서는 *고루 돈교․점교를 거치면서 독이 일어나는 상(相)을 밝혔으니, 처음에서는 화엄경에 대해 밝히고, 다음에는 사교(四敎)에 언급했다. 이렇게 방등시(方等時)․반야시(般若時)에 대해 말하지 않은 까닭은, *부(部)는 일반적이요 교(敎)는 특수한 성질을 띠고 있어 *일반적인 것과 특수한 것이 서로 상대를 포함하는 중에, 특수한 뜻 쪽이 밝히기 쉬우므로 잠시 이것에 의거한 것이니, *제교(諸敎) 중에는 오미(五味)를 갖추고 있기에, 그러므로 이것에 요약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원교와 관련된 부분 중에서 *앞의 글도 오미를 나열하지 않았었으나, 이제 부정교(不定敎)를 밝히기 위해서는 모름지기 위계에 입각해서 이를 나열해야 되는 것이다. 또 앞의 *양교(兩敎)의 이승(二乘)인 사람은, *법화경 이전에는 발심(發心)의 도리가 없으므로 비록 다시 부정교에 속하는 경우라 해도 이 사람은 반드시 법화경이 설해지는 자리에 와야 할 것이니, 그러므로 법화경 이전의 가르침에서는 모름지기 비밀임을 밝혀야 하는 것이다.

初文具歷頓漸以明發相. 初華嚴. 次四敎. 所以不云方等般若者. 部總敎別, 總別互攝. 別義易明, 故且依之. 以諸敎中具五味故, 故得約之. 於圓敎中, 前文不列五味, 今爲明不定, 須約位列之. 又前兩敎二乘之人, 以法華前無發心義. 雖復不定, 此人必須來至法華. 故法華前敎, 須明秘密.

15312고루 돈교․점교를 거쳐. 원문은 ‘具歷頓漸’. 돈교는 화엄경을 이르고, 점교는 사교(四敎)를 가리킨다.
15313부는 일반적이요 교는 특수한 성질을 띠고 있음. 원문은 ‘部總敎別’. 부(部)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설해진 시간적 순서에 따라 정리해 놓은 것을 이르니, 곧 오시(五時)가 그것이다. 따라서 거기에는 교리의 심천(深淺)은 뚜렷이는 드러나 있지 않으므로 일반적인 것이 된다. 이에 비해 교리의 심천을 구별한 것이 교(敎)니, 그러므로 그 내용은 특수성을 띠는 것이다.
15314일반적인 것과 특수한 것이 서로 상대를 포함함. 원문은 ‘總別互攝’. 일반성은 특수성이 있기에 성립하므로 일반성에는 특수성이 포함돼 있고, 특수성 또한 일반성을 전제해 이루어지므로 특수성에는 일반성이 들어 있다. 일반성인 오시는 깊고 얕은 교리를 설하는 설법이요, 사교 또한 오시의 설법을 떠나 따로 있는 것과는 다르다.
15315제교. 사교를 이른다.
15316앞의 글도 오미를 나열하지 않음. 원문은 ‘前文不列五味’. 원교를 제호미만이라 한 앞의 글을 가리킨다.
15317양교의 이승. 원문은 ‘兩敎二乘’. 삼장교․통교의 이승.
15318법화경 이전에는 발심의 도리가 없음. 원문은 ‘法華前無發心義’. 이승을 삼장교․통교에서는 소승의 깨달음에 주저앉은 사람이어서, 대승의 보리심은 일으킬 수 없다고 규정된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