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날란다의 유산 국제학술대회
1) 왕사성 가는 길
2월11일 오후 학술대회 일행을 태운 5대의 버스가 드디어 왕사성에 입성했다.
오는 도중에 지난여름 홍수 때문에 길이 끊어져 큰 내를 돌아서 가는데 길이
닦아져 있지 않아 버스 안에서 엉덩방아를 찧으면서 통과했다.
도중에 어디서 나타났는지 꼬마들이 연신 차를 따라 쫓아왔다.
먼지가 자욱히 일어나는데도 열심히 쫓아와 측은한 마음에 간혹 사탕도 던져주는
일행도 있었다.
다시 대로에 나오자, 그동안 참았던 화장실을 가자고 하는 일행들이 있어서
길가에 차를 세워놓고 볼일을 봤다.
이야기 꺼내기 곤란하지만, 인도여행에서 화장실 문제는 여행에 지친
사람들에게 때때로 웃음을 주었다.
왜냐하면 길가에 휴게소나 공중 화장실은 찾아보기 힘들다.
따라서 일행의 버스 다섯 대를 대로변에 주차하고 소변을 보자면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일들을 겪어야 하니 웃음이 절로 나오기 때문이다.
남자들은 적당한 은폐장소 숲과 나무가 있으면 뒤돌아서서 일을 보고 끝나지만,
여자들은 저 멀리 언덕아래 후미진 곳으로 혹은 우산 양산을 펴서 시야를 가리고
볼일을 봐야 했다.
인도의 들판을 지나고 시골 시장거리를 지나 왕사성 시내에 진입했다.
인도 시골 시장은 우리의 옛 시골 장터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사람부터 물건에 이르기까지 꾀죄죄한 특유의 지저분한 모습은 인도만의 풍경이다.
시장거리의 좌판에는 시골 농산물과 과일 야채들이 나와 있고 간혹 식료품 가게
앞에는 빵 종류를 쌓아 놓았는데, 음식물마다 파리들도 닥지닥지 붙어 있다.
이곳 비하르주가 인도에서도 땅은 넓지만 아주 못사는 동네라고 하더니,
옷차림이 지극히 남루하고 생활 모습도 아주 빈곤한 모습이다.
곳곳에서 마차가 지나가고, 허름하고 조그마한 중형버스가 지나가는데
버스에는 대개 지붕까지 사람들이 빼곡히 매달려 있다.
우리가 탄 버스가 이런 골목을 지날 때 마다 운전사는 기적을 울리는데,
그 소리가 귀청을 후빈다.
그 특유의 "삐리삐리 삐리삐리리" 소리는 잠시도 우리가 여유롭게 풍경을
감상하고 생각할 틈을 주지 않는다.
특히 이곳 버스는 운전사와 조수가 한 조로 운행하는데, 가만히 보니
그들이 궁합이 잘 맞아야 버스가 이런 골목을 무사히 빨리 지나갈 수 있다.
조수는 문에 매달려 차들과 사람에게 비키라고 고래고래 소리 지르면서
버스의 벽을 손바닥으로 연신 두드리고, 운전수는 그 신호를 받아서
요리조리 골목을 통과 했다.
또한 거리에서 인상적인 풍경은 소똥 반죽하는 아줌마와
소똥 따는 아가씨들의 모습이다.
이야기로만 듣다가 실제로 아줌마들이 앉아서 소똥을 맨손바닦으로
주물러 만들어 내는 모습을 보니 더럽다기보다는 웃음이 절로 나왔다.
아줌마들의 모습은 불구부정(不垢不淨)의 도리를 아는 듯이
천연덕스럽게 개떡 빚듯이 빚어서 벽에 붙여나갔다.
여기에는 쇠똥이 더럽다는 표정을 찾을 수 없다.
그래서 동네 뒷산의 양지바른 바위나 집의 담벼락, 심지어는
동네의 무슨 기념탑 같은 곳까지 붙일만한 곳이면 어디에나
그 쇠똥을 갖다 붙여 놓았다.
특히 도로에 접해 있는 집을 둘러친 담벼락에 둥그런 쇠똥이
붙어 있는 모습은 또 다른 인도의 풍경화이다.
그리고 이미 바싹 마른 쇠똥은 떼내어 차곡차곡 양재기에 담아
그것을 머리에 이고 집으로 돌아오는 것이었다.
이처럼 쇠똥 따는 아가씨들의 모습도 인상적이다.
기왕에 소 이야기가 나왔으니 한 가지 더 하자면, 이곳 소들은
아마도 도 닦은 소들인가 보다.
거리마다 소들을 그대로 방목했는데 어찌 된 노릇인지 이 녀석들은
옆에 밭이나 논에 있는 먹음직한 푸른 농작물에는 들어가 뜯어 먹는 법이 없다.
자기 것이 아닌 줄을 아는지 오로지 둑에 있는 척박한
풀만을 느긋하게 뜯어 먹는다.
우리나라 소들 같았으면 주인이 한눈팔면 푸른 농작물이 있는 곳으로
내달려 뜯어먹을 텐데......무슨 명상이나 하는 듯이
그렇게 여유롭게 풀을 뜯고 있었다.
저녁 7시 땅거미가 질 무렵, 우리는 이번 학술대회 기간
묵을 숙소가 있는 곳에 들어섰다.
입구에는 이번 대회를 환영하는 플랭카드가 세워졌고 저 멀리
영축산이 올려다보였다.
그런데 들어오는 입구에는 군인 초소가 있고 총을 든
인도 군인들이 철문을 열어 주었다.
게다가 군인 지프차가 우리들의 차를 에스코트해서 여기가
무슨 반군이 출몰하는 지역인가 긴장되기도 했다.
알고 보니 이곳이 군사지역이고, 지금 이곳은 군인들이 사는
아파트를 새로 건설하기 때문이라 했다.
넓은 들판에는 불도저로 평지를 만드는 작업을 끝내고
조경하거나 거리를 조성하고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