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54년 02월 - 입춘, 출가, 열반 - 행산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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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영산법화사 댓글 0건 조회 6,758회 작성일 19-08-23 15:59본문
나무묘법연화경
경인년 새해를 맞이합니다.
경인庚寅년의 호랑이는 백호白虎라고 합니다. 경인의 경庚자는 서방 金을 뜻하며 오행에서 금金의 색깔은 흰색이기 때문에 백호이며 60년 만에 돌아오는 백호라고 합니다. 백호, 청용, 현무, 주작과 함께 네 방위를 지키는 수호신이며 백호는 용맹과 의를 겸비한 동물로 웅비하는 기상을 상징합니다. 파격과 변화의 바람이 몰아치는 격변의 시기라고도 합니다. 60년전 1950년에는 민족상잔의 비극을 야기한 6.25전쟁(3년1개월 인명피해 남한 약200여만 국군·민간인·미군·UN군, 북한 약250여만 민간인·인민군·중공군)이 벌어졌습니다. 호랑이띠들은 남밑에 있기를 싫어하며 타인에게 허리를 굽히지 못하며 강직하고 활달, 솔직, 담백하며 모든 일에 패기만만, 사업뿐 만아니라 가정에 있어서도 포용력과 통솔력이 강하고 간혹 실패하기도 하지만 결코 낙심하거나 자포자기하지 않고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기세가 강하며 격변의 시기를 이겨낼 도전적인 인물이 나온다고도 합니다.
세계평화 원돈계단 적멸보궁 법당건립을 발원합니다. 법당건립 주변정리를 시작했습니다만 겨울에 춥고 땅이 얼어서 모든 일을 중단했습니다. 소한 대한이 지나고 입춘은 24절기 가운데 첫 번째 오는 절기로 태양의 황경이 315도인 때로서 양력으로 2월4일 무렵입니다. 음력으로는 섣달에 들기도 하고 정월에 들기도 합니다.
입춘은 한해의 시작과 동시에 그해의 기운을 받아들이는 첫 관문이기도 합니다. 여러 가지 민속행사 중 대표적인 것은 좋은 뜻의 글귀를 써서 대문이나 대문기둥 또는 대들보, 천장 등에 붙이는 일입니다. 이것을 입춘첩立春帖이라 하며, 또는 입춘축立春祝이라고도 합니다. 궁중에서는 설날에 내전內殿전각기둥과 난간에다 문신文臣들이 지은 연상시延祥詩가운데 좋은 것을 뽑아 써 붙였는데 이를 춘첩자春帖子라 불렀습니다.
동지冬至이후 음陰의 기운을 지니던 대지가 양陽의 기운을 갖기 시작하며 모든 사물이 왕성히 생동하기 시작하는 때입니다. 입춘 전날이 절분節分인데 이것은 철(시절時節, 계절季節)의 마지막이란 뜻입니다. 이날 밤을 ‘해넘이’라 부르고, 콩을 방이나 문에 뿌려 악귀를 쫓고 새해를 맞는 풍습이 있었습니다.
절기로는 봄이라지만 계절은 겨울인지라 아직 추위가 강하여 ‘입춘추위’라는 말이 있으나, 가시지 않은 찬 기운이 봄에 따사로움으로 변하기를 기대하는 심정에서 연유된 말이며 풍습들입니다.
입춘을 맞이하면서 입춘축이 의미하는 좋은 일들이 가내家內에 만당滿堂하기를 기원祈願하는 뜻에서 몇 가지 예를 소개합니다.
*입춘대길立春大吉 건양다경建陽多慶 : 입춘에는 크게 좋은 일이 있고, 새해가 시작함에 경사스런 일이 많기를 바랍니다.
*수여산壽如山 부여해富如海 : 산처럼 장수하고 바다처럼 부유해지길 바랍니다.
*소지황금출掃地黃金出 개문만복래開門萬福來 : 땅을 쓸면 황금이 나오고 문을 열면 온갖 복이 들어오기를 바랍니다.
*부모천년수父母千年壽 자손만세영子孫萬歲榮 : 부모님은 오래 사 시고, 자손은 길이 영화를 누리리라.
*용수오복龍受五福 호축삼재虎逐三災 : 용은 오복을 들여오고 호랑이는 재앙을 쫓아낸다.
*국태민안國泰民安 가급인족家給人足 : 나라는 태평하고 백성은 편안하여 집집마다 풍족하고 사람마다 넉넉하다.
*우순풍조雨順風調 시화풍년時和豊年 : 절기가 순조로우니 화평하고 풍성한 세월이 되겠네.
*천하태평天下泰平 사방무일사四方無一事 : 온 세상이 태평한봄이요, 사방 어느 곳에도 탈이 없기를.
2월 8일은 부처님께서 출가出家하신 날입니다. 정반왕의 태자로 왕궁에서 나와 구도求道길에 들어가신 날이 바로 이날입니다. 후일 도道를 이루셔서 부처님이 되시고, 법륜法輪을 굴리사 일찍이 없었던 진리를 밝혀 불교가 있게 하셨지만 만약 출가가 없었더라면 어떻게 이런 일이 있었겠습니까! 불문佛門의 사대명절四大名節 출가절出家節이 있게 된 동기動機입니다.
왕위를 계승할 태자이셨고 그 총명한 자질로 인해 온 국민의 존경을 한 몸에 받으셨을 뿐 아니라, 야수다라라는 정숙한 부인과 사랑하는 아들 라후라가 있었으며, 궁중 생활은 즐겁고 유복有福하여 복이라는 복은 모두 갖추고 계셨지만 실달다悉達多태자는 괴로워 하셨습니다. 중아함경에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사람들은 남이 늙고 병들어서 괴로움에 빠져 있는 것을 보고도 전혀 마음에 두지 않는다. 남이 죽는 것을 보았을 때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나는 남이 늙고 병들어 죽는 것을 보고 그것을 내일로 여겨 괴로워하고 싫어하며, 부끄러워하고 나의 젊음에 대한 교만, 건강에 대한 교만, 수명에 대한 교만을 버렸다.” 곧 생로병사生老病死의 괴로움에 대해 실달다 태자는 스스로 눈을 뜨심으로 세속의 부귀영화富貴榮華는 물거품 같은 것임을 아셨으니, 출가의 선택은 참으로 현명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이것을 실천으로 옮기는 것은 현명한 행동 그이상의 것임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더구나 태자의 신분으로서 왕궁의 생활을 포기하는 데는 크나큰 장애가 따랐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모두를 버리고 출가하셨던 그 용기는 곧바로 마魔를 항복 받고 정등정각正等正覺을 이루신 큰 힘이 된 것입니다. 후세의 사람들이 실달다 태자의 출가를 일러 위대한 포기抛棄라고 찬탄하고 있습니다. 물론 법화경 본문本門에서는 구원실성 본불本佛이심이 밝혀진 바, 부처님은 영원한 과거에 성불한 분이시지만 이날의 뜻이 감소되는 것은 아닙니다. 영원한 부처님이 법신法身이나 보신報身을 수적垂迹하여 역사적 불타佛陀인 응신應身으로 몸을 낮추신 것에 의依해서만 중생을 교화하실 수 있는 까닭이며, 영원한 본불本佛일지라도 출가하사 구도求道하신 일은 중생에 대한 자비의 실천을 보이신 것입니다. 실달다 태자의 현명한 판단과 결연한 의지를 본받아 흐트러지기 쉬운 우리들의 신심을 가다듬어야 되겠습니다.
2월 15일은 부처님께서 2554년 전에 열반涅槃(니르바나Nirvana:멸滅, 적멸寂滅, 무위無爲, 공적空寂하여 안온한 고로 적寂 생사대사를 멸하는 고로 멸滅 멸도, 생사의 인과를 멸하고 생사의 고해를 건너는 것. 일체의 번뇌와 고통을 영원히 끊어 버린 경지. 원적圓寂, 무작, 무생, 해탈이라 번역)하신 열반절입니다. 물론 불문佛門의 사대명절의 하나로 부처님께서 몸소 적멸(죽음)에 대해 모범을 보이신 날입니다.
「이때 나와 여러 중승衆僧이 함께 영축산에 나와, 내가 중생에게 말하되, 항상 여기에 있어 멸하지 아니하건만 방편력을 쓰는 고로 멸과 불멸이 있음을 나타내노라.」(금장본 여래수량품 제16 720p)
시아급중승 구출영축산 아시어중생 상재차불멸 이방편력고 현유멸불멸
時我及衆僧 俱出靈鷲山 我時語衆生 常在此不滅 以方便力故 現有滅不滅
부처님께서는 무시무종無始無終 영원히 항상 이 사바세계에 머물러 계십니다. 그러한 부처님께서 왜 입멸入滅 돌아가시는 것일까. 이것이 커다란 의문입니다. 부처님께서 돌아가시는 것은 죽는다고 하지 않고 열반涅槃이라고 합니다.
그러면 열반과 범부凡夫가 죽는 것은 어떻게 다른가. 죽는入滅것은 형상은 같지만 내용은 큰 차이가 있습니다.
열반의 철학은 번다煩多함으로 자세히 설명할 겨를이 없거니와 그 차이를 쉽게 말하면 열반은 생사生死를 내 뜻대로 자유롭게 하는 것이요, 죽음은 그 반대로 생사에 자유롭지 못하는 것입니다. 하나는 생사를 자유롭게 자기 마음대로 하는 것이요, 하나는 생사를 제 마음대로 자유롭게 하지 못하는 큰 차이가 있는 것입니다. 부처님께서는 당신의 뜻에 따라 이 세상에 출생하시고 입멸하실 때에는 당신의 뜻에 따라 자유롭게 입멸하시는 것이니 이것이 곧 열반인 것입니다. 이와는 달리 우리가 이 세상에 출생한 것은 출생하고 싶어서 출생한 것이 아니라 그냥 출생한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인간의 모습으로 출생하신 이상 돌아가실 것은 이미 정해진 일인데 역사적으로 생물학적으로 보아 이상할 것이 없으며 입멸에 대한 아무런 의문도 일어날 여지가 없습니다. 종교적으로 신앙적으로 볼 때는 이런 보편적인 설명만으로는 흡족 할 수가 없으니 진실로 부처님의 열반은 중생을 교화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방법의 힘을 쓰기 때문)인 것입니다. 방편을 왜 쓰셨을까 어리석은 중생을 구원하기 위한 것입니다.
「만일 여래가 항상 있어 멸하지 않음을 보게 되면 곧 교만한 생각을 일으키어 싫어지며 게으름을 품어서 만나기 어려운 생각과 공경하는 마음을 내지 않으리라.」 (금장본 여래수량품 제16 710p)
약견여래 상재불멸 변기교자 이회염태 불능생어 난조지상 공경지심
若見如來 常在不滅 便起憍恣 而懷厭怠 不能生於 難遭之想 恭敬之心
「항상 나를 보는 까닭으로 교만하고 방자한 마음을 내며 방일하고 오욕에 착해서 악도 중에 떨어지느니라.」(금장본 여래수량품 제16 724p)
이상견아고 이생교자심 방일착오욕 타어악도중
以常見我故 而生憍恣心 放逸著五欲 墮於惡道中
항상 가까이 모시고 끊임없이 교훈을 받고 있으면 으레 그러려니 하고 크게 어렵고 고맙게 생각지 않고 교만한 마음 방자한 마음 게으른 마음이 생겨서 존경하는 마음이 없어지고 만나기 어려운 일을 만났다는 생각을 하지 않게 됩니다. 그 결과는 가르침을 듣고도 실행에 옮기지 않고 마침내 악도에 떨어지게 되는데 그러면 부처님께서 항상 이 세상에 계시는 고마운 일이 인간에게 도리어 해가 될 것이므로 그들에게 큰 놀라움을 주시어 각성케 하고 경고 하시고자 입멸에 드시는 것입니다.
중생들은 몹시 놀라고 안타까워서 평소에 그러려니 하던 어리석은 생각을 뉘우치고 참회하고 반성하여 그리워하고 사모하는 마음이 살아나게 되는 것입니다.
세속에서는 부모가 계실 때에는 부모가 보살펴 주심에 소홀히 예사로 생각하고 허물없이 되어서 이르는 말도 잘 듣지 않던 자식들이 뜻밖에 부모가 돌아가시고 나면 그제야 슬퍼하고 후회하게 되는 것입니다.
여래수량품에는 독약을 먹고 본심을 잃은 아들들이 뜻밖에 먼 외국에 나가있는 아버지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놀라서 「만약 아버지가 계시면 우리들을 사랑하고 불쌍히 생각하시어 능히 구해서 지켜주시련만 지금은 우리를 버리시고 먼 다른 나라에 가셔서 세상을 떠나셨도다.」(금장본 여래수량품 제16 716p)
약부재자 자민아등 능견구호 금자사아 원상타국 자유고로 무부시호
若父在者 慈愍我等 能見救護 今者捨我 遠喪他國 自惟孤露 無復恃怙
하고 슬퍼하여 마침내 본심으로 돌아왔음을 설하셨는데 중생은 부처님의 입멸을 당하고서야 비로소 만나기 어려움을 알게 되고 부처님을 그리워하여 진리를 알고자하는 마음으로 선근을 닦게 되는 것이므로 불멸의 부처님이시지마는 방편으로 열반의 상을 보여 주시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항상 이 사바세계에 계시지마는 중생을 제도하시기 위하여 입멸(열반)을 보여 주시는 것을 현멸現滅의 대자大慈라고 합니다. 현멸의 대자 중생을 위해서 나타나시고 사라지시는 큰 자비야말로 부처님의 한이 없는 자비입니다. 이러한 대사大事를 이해하지 못하고서는 부처님께서 입멸하신 진정한 뜻은 끝내 깨닫지 못할 것입니다.
영산법화사 사부대중 여러분 법화경의 무량공덕과 구원실성 석가모니불의 가피가 항상 충만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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