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58년 02월 - 입춘 출가 열반 - 행산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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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영산법화사 댓글 0건 조회 6,494회 작성일 19-08-26 14:53본문
나무묘법연화경
갑오년甲午年 말의 해에 입춘立春을 맞이합니다. 갑오년은 십간十干 중에서 첫 번째 갑甲과 십이지十二支의 일곱 번째 오午에서 나온 것으로 말의 해입니다. 말은 고래로 동서양을 막론하고 신비로운 존재, 힘 행운을 의미합니다. 갑오년은 육십갑자에서 유래한 해의 구분으로 음력으로는 1월 1일(양력으로는 1월 31일)부터 시작합니다. 갑甲은 주역 오행 중에 목木에 해당하고 색깔로 청색靑色에 해당하고 인간사회의 도리를 밝힌 유교의 오상五常으로는 인仁을 뜻합니다. 말은 12간지 중에는 일곱 번째 동물이며 정남향正南向을 뜻한다고 합니다. 특히 올해를 청마라 하는 것은 말을 뜻하는 오午가 들어간 다섯 해, 곧 갑오甲午 병오丙午 무오戊午 경오庚午 임오壬午가 있는데 오행으로 보면 각각 청색 적색 황색 백색 흑색을 가리키고 있어서, 갑오년을 청마의 해라 한다는 것입니다. 십간 중에 첫 번째인 갑甲은 푸른색에 해당하여 곧고 진취적이며 적극적인 나무의 기운을 뜻합니다. 또한 십이지 중 7번째에 해당하는 오午는 동물 중 ‘말’을 뜻하는 것으로, 말 중에서 흑마 적토마 황마 백마 등은 모두 실제로 볼 수 있지만 청마는 현실에서 보기 어려운 말로 신비로운 존재이기 때문에 옛날부터 행운을 상징하는 동물이라고 합니다. 청마는 생동감 있고 가장 기운이 넘치는 진취적인 기상을 품고 있다고 합니다. 특히 청마의 해는 60년마다 우리에게 찾아오며 그래서 2014년은 가장 진취적이고 활달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말처럼 건강하며 강인한 모습과 승리, 행운의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처럼 진취적이고 생동감 넘치는 올 한해를 시작하며 우리 법화행자들은 말의 장점을 취하여 항상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기상을 가지고 부지런히 일하고 수행하여 웅건한 말의 위의와 행운을 가져오는 말의 위신력을 닮도록 열심히 노력하는 한해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소한 대한이 지나고 입춘은 24절기 가운데 첫 번째 절기입니다. 태양의 황경이 315도인 때로서 양력으로 2월 4일 무렵입니다. 음력으로는 정월에 들기도 하고 섣달에 들기도 합니다. 입춘은 새해를 맞이하는 절기로 봄이 시작되는 때입니다. 여러 가지 민속행사 중 대표적인 것은 좋은 뜻의 글귀를 써서 대문이나 기둥 또는 들보 등에 붙이는 일입니다.
이것을 입춘첩立春帖이라 하며, 또는 입춘축立春祝이라고도 합니다. 궁중에서는 설날에 내전內殿 기둥과 난간에다 문신文臣들이 지은 연상시延祥詩 가운데 좋은 것을 뽑아 써 붙였는데 이를 춘첩자春帖子라 불렀습니다.
절기상으로 입춘은 동지冬至 이후 음陰의 기운을 지니던 대지가 양陽의 기운을 갖기 시작하며 모든 사물이 왕성히 생동하기 시작하는 때입니다. 입춘 전날이 절분節分인데 이것은 철(시절時節, 계절季節)의 마지막이란 뜻입니다. 이날 밤을 ‘해넘이’라 부르고, 콩을 방이나 문에 뿌려 악귀를 쫓고 새해를 맞는 풍습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계절은 아직 겨울인지라, 마음으로는 봄이라지만 추위가 강하여 ‘입춘추위’라는 말이 있으나, 가시지 않은 찬 기운이 봄에 따사로움으로 변하기를 기대하는 심정에서 연유된 말이며 풍습들입니다.
입춘을 맞으면서 입춘축立春祝이 의미하는 좋은 일들이 가내家內에 만당滿堂하기를 기원祈願하는 뜻에서 몇 가지 예를 소개합니다.
*입춘대길立春大吉 건양다경建陽多慶 : 입춘에는 크게 좋은 일이 있고, 새해가 시작함에 경사스런 일이 많기를 바랍니다.
*수여산壽如山 부여해富如海 : 산처럼 장수하고 바다처럼 부유해지길 바랍니다.
*소지황금출掃地黃金出 개문만복래開門萬福來 : 땅을 쓸면 황금이 나 오고 문을 열면 온갖 복이 들어오기를 바랍니다.
*부모천년수父母千年壽 자손만세영子孫萬歲榮 : 부모님은 오래 사시고, 자손은 길이 영화를 누리리라.
*용수오복龍受五福 호축삼재虎逐三災 : 용은 오복을 들여오고 호랑이는 재앙을 쫓아낸다.
*국태민안國泰民安 가급인족家給人足 : 나라는 태평하고 백성은 편안하여 집집마다 풍족하고 사람마다 넉넉하다.
*우순풍조雨順風調 시화풍년時和豊年 : 절기가 순조로우니 화평하고 풍성한 세월이 되겠네.
*천하태평天下泰平 사방무일사四方無一事 : 온 세상 태평한 봄날이요, 사방 어느 곳에도 탈이 없기를 바랍니다.
음력 2월 8일은 부처님께서 출가出家하신 날입니다. 석가모니 부처님은 원래 인도 정반왕의 태자로 왕궁에서 나와 구도求道길에 들어가신 날이 바로 이날입니다. 후일 성도成道하셔서 부처님이 되시고, 법륜法輪을 굴리사 일찍이 없었던 진리를 밝혀 불교가 있게 하셨지만 만약 출가가 없었더라면 어떻게 그런 일이 있었겠습니까. 불문佛門에 사대명절四大名節 출가절出家節이 있게 된 동기動機입니다. 물론 법화경에서는 삼세 부처님이 출가하실 때에는 무상감을 느껴 출가하여 불도를 이루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우리의 사바세계에 오신 석가모니불의 경우는 인도 카필라성 정반왕의 유일한 왕자로 태어나 왕위를 계승할 태자이셨습니다. 그 총명한 자질로 인해 온 국민의 존경을 한 몸에 받으셨을 뿐 아니라, 야수다라라는 아름다운 부인과 사랑하는 아들 라후라가 있었으며, 궁중 생활은 즐겁고 유복有福하여 복이라는 복은 모두 갖추고 계셨지만 싣달다悉達多 태자는 괴로워 하셨습니다. {중아함경}에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사람들은 남이 늙고 병들어서 괴로움에 빠져 있는 것을 보고도 전혀 마음에 두지 않는다. 남이 죽는 것을 보았을 때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나는 남이 늙고 병들어 죽는 것을 보고 그것을 내일로 여겨 괴로워하고 싫어하며, 부끄러워하고 나의 젊음에 대한 교만, 건강에 대한 교만, 수명에 대한 교만을 버렸다." 곧 생로병사生老病死의 괴로움에 대해 싣달다 태자는 스스로 눈을 뜨심으로 세속의 부귀영화富貴榮華는 물거품 같은 것임을 아셨으니, 출가의 선택은 참으로 현명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이것을 실천으로 옮기는 것은 현명한 행동 그 이상의 것임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더구나 태자의 신분으로서 왕궁의 생활을 포기하는 데에는 크나큰 결단이 따랐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모두를 버리고 출가하셨던 그 용기는 곧바로 마魔를 항복 받고 정등정각正等正覺을 이루신 큰 힘이 된 것입니다. 후세의 사람들이 싣달다 태자의 출가를 일러 위대한 포기抛棄라고 찬탄하고 있습니다. 법화경 본문本門에서는 석가모니불이 구원실성 본불本佛이심이 밝혀진 바, 부처님은 영원한 과거에 성불하신 분이시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날의 위대한 출가의 참된 의의가 감소되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의 중생세계에는 영원한 부처님이 법신法身이나 보신報身을 수적垂迹하여 역사적 불타佛陀인 응신應身으로 몸을 나투신 응화에 의依해서만 중생을 교화하실 수 있는 까닭이며, 영원한 본불本佛일지라도 출가하사 구도求道하신 일은 중생에 대한 자비의 실천을 보이신 것입니다. 싣달다 태자의 현명한 판단과 결연한 의지를 본받아 흐트러지기 쉬운 우리들의 신심을 가다듬어야 되겠습니다.
2월 15일은 부처님께서 2558년 전에 열반涅槃(니르바나Nirvana:멸滅, 적멸寂滅, 무위無爲, 공적空寂하여 안온하므로 적寂 생사고해를 멸하므로 멸滅, 멸도, 생사의 인과를 멸하고 생사의 고해를 건너는 것. 일체의 번뇌와 고통을 영원히 끊어 버린 경지. 원적圓寂, 무위, 무작, 무생, 해탈이라 번역)하신 열반절입니다. 물론 불문佛門의 사대명절의 하나로 부처님께서 몸소 적멸(죽음)에 대해 모범을 보이신 날입니다.
“이때 나와 여러 중승衆僧이 함께 영축산에 나와, 내가 중생에게 말하되, 항상 여기에 있어 멸하지 아니하건만 방편력을 쓰는 고로 멸滅과 불멸不滅이 있음을 나타내노라.”(금장본 여래수량품 제16, p.720)
시아급중승 구출영축산 아시어중생 상재차불멸 이방편력고 현유멸불멸
時我及衆僧 俱出靈鷲山 我時語衆生 常在此不滅 以方便力故 現有滅不滅
부처님께서는 무시무종無始無終 영원히 항상 이 사바세계에 머물러 계십니다. 그러한 부처님께서 왜 입멸入滅 돌아가시는 것일까. 이것이 커다란 의문입니다. 부처님께서 돌아가시는 것은 죽는다고 하지 않고 열반涅槃이라고 합니다.
그러면 부처님의 열반과 범부凡夫의 죽음과는 어떤 차이가 있는가. 죽는[入滅]형상은 모두 같지만 그 내용은 큰 차이가 있습니다. 간략히 말하면 열반은 생사生死를 내 뜻대로 자유롭게 하는 것이요, 죽음은 그 반대로 생사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것입니다. 하나는 생사를 여의고 자기 마음대로 생사를 맞이하는 것이요, 하나는 생사를 제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큰 차이가 있는 것입니다. 부처님께서는 당신의 뜻에 따라 이 세상에 출생하시고 돌아가실 때에는 당신의 의지에 따라 자유롭게 돌아가시는 것이니 이것이 곧 열반인 것입니다. 이와는 달리 우리 중생들은 이 세상에 출생한 것은 출생하고 싶어서 출생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전세에 지은 업의 분한分限에 의해서 출생한 것입니다. 부처님께서도 인간의 모습으로 출생하신 이상 무상한 현상의 육신은 인연에 의해서 변하여 멸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이런 현상은 역사적으로 생물학적으로 보아 이상할 것이 없습니다. 그러나 종교적으로 신앙적으로 볼 때 이런 일반적인 설명만으로는 흡족 할 수가 없으니, 진실로 부처님의 열반은 중생을 교화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인 것입니다. 부처님은 왜 이러한 방편을 쓰셨을까. 그것은 어리석은 중생을 깨우쳐 구원해주기 위한 것입니다.
부처님은 항상 이 사바세계에 계시지마는 중생을 제도하시기 위하여 실제로는 멸하지 않지만 입멸을 보여 주시는 것을 현멸現滅의 대자大慈라고 합니다. 중생을 위해서 나타나시고 사라지시고 하는 큰 자비야말로 부처님의 무한한 자비입니다. 이러한 대사를 이해하지 못하고서는 부처님께서 입멸하신 진정한 뜻은 끝내 깨닫지 못할 것입니다.
영산법화사 사부대중 여러분!
입춘절과 출가일 열반일이 들어있는 2월을 맞아, 일터에서는 부지런히 일하고 도량에서는 열심히 정진하여 법화경의 진실한 뜻을 깨우쳐서 무량공덕과 구원실성 석가모니불의 가피가 항상 충만하시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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